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 부제-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을 읽었다. 시집집에는 첫 아이 윤미가 이제 막 태어나 실눈을 뜨고 있는 순간을 시작해, 그 아기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하는 순간까지 아버지 품을 떠나는 순간까지 담겨 있다. 요즘이야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사진을 찍는 당시는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절에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것 자체가 드물었다. 그 와중에 필름 카메라니, 제한되어있는 필름에 쉽게 필름을 낭비해가며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그런지 사진 하나하나에 의미와 정성이 들어가 있다.
눈도 뜨지 않은 갓난아이, 젖을 맛있게 빠는 모습, 할아버지댁 나들이,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 조그만 마당에서 노는 모습, 제 엄마와 형제들과 뒹구는 때, 집 근처 야산에서 들꽃이며 풀 사이를 헤집고 잠자리 나비를 쫓는 모습,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 가족이 함께 자전거 하이킹 다닐 때, 아이들의 심통 부리는 얼굴, 방학 때면 집과 가까운 북한산에 오르고 가족 캠핑이니 썰매를 탈 때, 대학 합격 발표가 있던 날, 윤미의 혼인날을 받아두고,그 모든 장면들은 너무나도 소중했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자랑이요, 기쁨이었다. 아이들의 일상생활은 보기에 따라서는 비슷하고 평범한것 같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게 아니다.그들은 언제나 새롭고 독특하며 아무리 섬세한 예술가 일지라도 연출로는 불가능한 그런 자체 표현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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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의 아기가 어느덧 커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식의 입장을 하는 마지막 사진까지, 사진 속에 담긴 딸 윤미의 모습보다 윤미를 바라보면서 찍었을 아버지 전몽각 선생님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내 앞에서 나를 찍어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전몽각 선생님의 모습이 곧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30년 전 그 당시 월급으로 산 카메라로 나의 성장을 찍고 인화해서 한 장 한 장 앨범에 붙여놓으셨다. 그 당시에는 사진을 찍고 앨범에 정리해두는 수고스러움을 왜 하실까 했는데, 아기를 낳고 나서 아기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 하나 사진으로 담고 있는 나를 보니, 우리 아버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구나 이제야 이해가 된다.

90년에 초판본이 절판 후에 20년 만에 복간된 [윤미네 집]은 딸 윤미 사진과 더불어 뒤에 ‘마이 와이프’라는 제목으로 ‘집사람과 데이트하던 시절부터 오늘까지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딸 뿐만 아니라 부인의 사진도 시간별로 있는데 마지막에 할머니가 된 부인을 담은 사진에서 부인에게 그동안 수고 했다며 위로를 건내는 전몽각 선생님의 마음이 사진에 담겨있는것 같았다. 가족과 부부의 변화된 모습에서 나는 시간의 유한함을 느꼈다. 부모님과의 남편과 딸과의 시간이 결코 영원하지 않겠구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겠다. 윤미는 이국 땅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무척 생스러웠는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집사람은 첫 손주를 받기 위해 미국까지 원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결혼해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늘 어린 딸로 남아 있는 윤미가 못미덥기도 해서지만, 출산의 고통을 아는 집 사람은 이국땅에서 딸아이가 혼자 치러야 할 그 외로움을 나누고 싶어 했던 것이다.
췌장암 선고를 받은 전몽각 선생님이 작별을 준비하며 남긴 사진과 글, 그리고 남겨진 부인과 딸 윤미의 글 또한 뭉클했다. 사진집이지만 여기에 남겨진 글에서 내가 친정아버지의 몰랐던 마음을 전몽각 선생님의 글에서 와닿았다. 하필 이 책을 접한 지금이 산후조리로 친정집에 와있어서 그런가, 손녀를 데리고 온 딸 부부가 집에 있는것이 되려 불편하고 귀찮을것 같은데, 이제야 사람 사는집 같다고 좋아하는 아버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컥했다. [윤미네 집]에서 남의 가족이지만, 우리 가족의 사진집 마냥 감정이입해서 보다보니 감동적인 장면이 많아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 있었다. 여러 사람에게 [윤미네 집]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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