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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Life

간호사 일기 (53) -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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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그동안 어떻게 치료했냐고 물어보면 화장품을 순한걸로 바꿨다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 닥터로 시작하는 화장품이나 아토로 시작하는 화장품, 유해물질이 들어가지 않는 천연 화장품, 또는 영어로 뭔가 전문적으로 이걸 쓰면 꼭 완치시켜줄것만 같은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름의 화장품을 나열하면서 '이거 아시죠?', '인플루언서 누가 좋다고 하는데 선생님 몰랐어요?' 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왕왕있다.

시중에 나온 화장품이 국내산 말고도 해외제품까지 하면 수백 아니 수천가지인데 그걸 다 알기도 어렵고, 알 턱도 없지만, 요즘 유명한 제품이라고 모르냐고 하면 괜히 유행과 시대에 뒤쳐지는 아줌마가 되는건가 싶다가도, '아니다 아니지' 순간 본질을 흐려 정신차리고 다시 확인 한다.

화장품을 바꾸고 나서 좋아졌냐고 물어보면 '좀 좋아진거 같기도 한데' 라며 말 끝을 흐린다. (사실 이 화장품을 사기까지 고르고 또 돈을 지불하고, 여러 화장품을 유목민 처럼 쇼핑하다 정착한 수고로움을 거부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좋아진지는 모르겠지만 더이상 화장품 바를 때 자극감은 없었고 건조하지 않았던것 같기도 하고,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빠지지 않았다고들 한다.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 중에서



사실 화장품은 약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화장품이다. 화장품은 화장하는데 쓰는 크림, 분, 향수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돕고 유수분을 보충해주고 온도, 자외선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그 역할 뿐이다. 기능에 있어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아토피 피부염,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등의 질환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치료는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하는 것으로 질환은 경구약, 도포제, 시술등으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치료와 더불어 거기에 부가적인 치료로 보습제를 바르는것은 피부 기능과 장벽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로는 특정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후 화장품을 도포한 부위에 국소적으로 피부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알레르기 피부염이 의심된다. 의심되는 화장품을 중단하는 것으로 치료가 될 수 도 있다.

광고와 일부 카더라 통신으로 소비시장에 현혹되고 있는지 판단해야한다. 화장품으로 어느정도 진정될 수 있는 수준이 있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아닌지 잘 판단해야한다. 사실 그 판단은 환자 본인이 스스로 잘 안다.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움, 피부과에 내원하게 되면 왠지 시술을 권유받을거 같고, 돈이 많이 들거 같고,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데 약을 처방받을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일부 잘못된 정보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방법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우선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의 진료를 받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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